정재찬 교수
정재찬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문학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수차례 집필하고 미래의 국어교사들을 가르쳐온 그의 수업 방식은 특별하다. 흘러간 유행가와 가곡, 오래된 그림과 사진, 추억의 영화나 광고 등을 넘나들며 마치 한 편의 토크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문화혼융의 시 읽기’ 강의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최우수 교양 과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교수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의술, 법률, 사업, 기술이 모두 고귀한 일이고 생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시, 아름다움, 낭만, 사랑,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란다.” 오늘도 그는 키팅 교수가 되기를 꿈꾸며 시를 읽는다.
인생은 오래 지속된다
젊다고 내세우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젊지 않은 것도 아닌 그때,
그 단층의 낭떠러지 앞에서 우리는 예민해진다.
사춘기 단층의 애벌레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스스로 뒤돌아보고 내다보려 애쓴다.
주위를 민감하게 더듬어 본 촉각은 불가항력의 사태임을 보고해 온다.
그리하여 여전히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촉각 하나만 곤두세우고
어두워 뵈는 진짜 어른 세계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이제 내성의 갑옷만 키우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인간은 사슴벌레가 아니다.
인생은 오래 지속된다.
— 본문 <서른에서 마흔까지> 中에서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속에서 멀어진 ‘불후의 명시’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누구든 시를 누리고 즐기게 하려는 정재찬 교수의 노력이 담긴 책 『그대를 듣는다』. 이 책에는 시를 통한 ‘몽상’과 ‘묵상’이 고루 녹아 있다. 몽상은 경쾌하며, 발산적이고 원심력을 지니기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 나선다. 묵상은 심오하며, 수렴적이고 구심력을 지니기에 내적 성찰에 제격이다.
출판사 서평
1. 불통의 시대를 끝내며, “시는 소통의 언어”다
― 시와 삶을 잇는 차갑고 따뜻한 온도
긴 터널 속에 있는 듯한 날들이 오래였다. 우리 삶에 시나 노래는 없었다. 가난, 전쟁, 경쟁의 시대. 이런 시대에 시가 무슨 소용인가, 힘겨운 내 삶에 누가 관심이나 있을까. 서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내 말만 쏟아내는 요즘, SNS ‘좋아요’ 클릭 속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소통이 오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쉽게 편을 가르고, 오해의 골은 깊어지고 만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행위이나, 함께 읽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 사이의 침묵까지 귀를 기울일 때 나의 삶은, 그대의 삶은, 마침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을 덮고 나면 삶을 위로하는 나직한 목소리가 남을 것이다. 힘들어도 그래도 함께 살아가 보지 않겠냐는.
2. 시는 총을 이긴다, 반드시
― ‘나’에서 ‘우리’로 시와 함께 걷다
총은 총을 이기지 못한다. 총이 이기면 사람이 죽는다. 더 큰 총은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거친 남성, 어른의 폭력, 주류의 횡포에 맞서는 것은 약한 존재다. 작은 것이 큰 것을 고치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그러므로 꽃이 총을 이긴다. 그리고 그런 꽃을 시는 닮고자 한다. 시란 지배 언어의 자기도취를 일깨우는 변방의 언어이므로.
꽃은 총보다 강하고 촛불은 우리 삶을, 역사를 바꾸었다. ‘시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자. 아픈 자와 함께 아파하면 세상은 변한다. 이제는 오래, 함께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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