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은 196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어학과 역사, 물리학 등에 관심이 많았으나, 창조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울대 건축과에 진학했다. 군복무 후 서울건축에 입사했다가 이듬해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 예일 대로 유학을 떠났다. 건축석사를 마친 1993년 재미 건축가인 김태수의 사무실에 입사하여 7년간 그 문하에서 일했다. 1997년 김태수의 서울 사무실인 TSKP의 소장으로 부임하였고, 이후 2000년 6월 사무실을 개업하여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건축교육 및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현재 서울대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를 가르치면서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건축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살아 숨 쉬는 도시를 위한 길 옆, 가게 위 주거 탐사기
- 서소문아파트가 도시를 대하는 섬세한 태도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7동과 8동 사이다. 여기에는 개구부가 하나 있다. 이 부분의 상가 하나를 희생하고 건물 후면 골목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개설한 것이다. 그 결과 상가의 흐름은 통일로에서 시작되어 서소문아파트 뒷골목으로, 또 경의선 철도변으로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다. 이것은 담장을 두르고 주변 지역과의 차단을 꾀하는 요즘의 단지형 아파트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서소문아파트 특유의 미덕이다. 낡았다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요즘 건물들은 이렇게 도시를 읽고 해석하고 그를 몸소 실천하는 저 시대의 기본적 태도, 즉 도시적 예의범절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개발 시대의 실험작, 서소문아파트가 여전히 소중한 이유다.
— 본문내용 中에서
이 책은 무지개떡 건축 중에서도 주로 상가아파트의 전체적 구성, 그리고 건물과 도시가 만나는 방식에 주로 관심을 둔다. 즉 개별 상가아파트의 특성 못지않게 도시건축의 유형으로서 상가아파트의 보편적 가치를 조망하고, 그 존재를 다시 알리며, 나아가 이를 재구성하여 현대에 다시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출판사 서평
‘가장 도시적인 삶’은 무엇일까
도시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놀고 거하기 위한 선택!
현재 대한민국 총인구의 약 92퍼센트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므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제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소 중 하나가 시장이다. 도시에서 상업가로의 중요성을 배재할 수 없는 이유다. 구도심에는 오래된 큰 시장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상권이 형성되면 사람이 모이고, 상업시설 옆에 주거가 들어서고, 지역은 활력을 얻는다. 주거시설과 관련된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주택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퍼센트를 넘어섰다. 아파트는 빠르게 지배적인 도시 주거 양식으로 자리 잡았고, 정치·사회·경제적 중요도 역시 높아졌다. 그에 따라 아파트의 역사, 그것이 만들어낸 문화, 계급 상승 수단으로서 부동산 등 아파트를 분석하고 비평한 여러 연구서들이 출간되었다. 물론 이때 그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거리와 주변 지역에 대해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는 빗장 공동체(gated community)의 대명사, 거리와 외부에 배타적인 ‘단지형 아파트’다. 한편으로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이전처럼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그와 함께 도시정책 및 사업의 패러다임이 ‘도시재생’,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면 철거” 위기에서 재생의 길을 걷고 있는 ‘세운상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만들기’처럼 도시 바깥이 아닌 도시 안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아파트에 관한 논의들과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한국의 공동주거와 도시 또는 사람의 관계에 접근한다. 아파트는 나쁜 주거 유형이고, 그 대안이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대답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단독주택은 도시의 ‘밀도’를 감당할 수 없다. 얼마 전 ‘알쓸신잡’에 출연한 김영하 작가가 전통시장을 방문해 “시장에 사람을 살게 하자”는 황두진 건축가의 제안을 언급했듯, 공간과 도시의 활력을 위해서는 주거나 상업시설 등 단일 용도가 아닌 ‘복합’ 기능을 갖춘 건물이 필요하다. 그래야 (OECD 국가 중 평균 통근 시간 1위의 자리에서 벗어나)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의 삶을, 주민들의 편의시설이 적절히 위치한 동네를 이룰 수 있다. 요컨대 밀도와 복합성은 도시 거주민들의 생활양식, 도시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한 주거의 필수 조건인 동시에 무지개떡 건축의 핵심이기도 하다. 도시를 도시답게, 삶터와 일터, 거리와 건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고 소통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해법, 도시에서 일하고 놀고 머무는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해법이 바로 무지개떡 건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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